법률일반 / / 2025. 3. 28. 11:24

상대방 정보가 불확실할 때 소송은 어떻게? -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소송 절차

안녕하세요. 더원법률사무소 정재원 변호사입니다.

 

법적 분쟁 상황에서 상대방의 정확한 정보를 모를 때, 그 막막함과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주소도 모르는데 소송을 어떻게 진행하지?", "이 정도 정보로는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 역시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이 이러한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특히 명백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법체계는 이러한 상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률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상대방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모를 때 소송을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관한 내용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소송을 제기하려면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가 필요한 것이 원칙입니다만, 현실에서는 이름만 알거나 전화번호만 아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데 상대방의 주소를 모른다면, 소송 자체를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 절차를 통해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의뢰인의 사례

제가 맡았던 의뢰인 A씨의 사례를 통해 이 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심사숙고 끝에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A씨가 확보한 정보는 상간녀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뿐이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A씨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변호사님, 이 정도 정보로도 소송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능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소송과는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지금부터 그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상대방 정보가 불완전할 때 소송 진행 절차를 보여주는 흐름도. 소장 제출부터 시작해 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 상대방 확인 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실패 시 대안 경로를 표시함

불완전한 정보로 소장 작성하기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는 원칙적으로 상대방(피고)의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소를 모르는 경우, 민사소송법은 대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장에 "성명 OOO, 주소 불명"이라고 기재하여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방식입니다.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이름)만 있다면, 나머지 정보는 소송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A씨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소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법원의 사실조회 - 정보 확인의 첫 단계

소장이 접수되면 '사실조회'라는 절차를 통해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조회란 법원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특정 정보를 요청하는 절차로, 당사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를 법원의 권한으로 요청하는 것입니다.

A씨의 사례에서는 알고 있는 휴대폰 번호를 기반으로 통신사에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사실조회 신청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이 해당 이동통신사에 공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일반 개인이 통신사에 특정 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요청할 수는 없지만,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는 법적 절차로서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모두 사실조회를 신청합니다. A씨의 사례에서는 SK텔레콤으로부터 회신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벽 - 정보가 맞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SK텔레콤에서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휴대폰 명의자의 이름이 A씨가 알고 있던 상간녀의 이름과 달랐거든요. 성(姓)만 같고 이름은 완전히 달랐죠.

"아... 이제 어떡하죠?"

이럴 때는 포기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차례예요.

더 강력한 조치 - 문서제출명령

문서제출명령은 사실조회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조치입니다. 사실조회가 "정보 좀 알려주세요~"라는 요청이라면, 문서제출명령은 "반드시 이 정보를 제출하세요!"라는 법원의 명령이니까요.

A씨 사건에서는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휴대폰 명의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요청했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우리가 찾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또다시 벽에 부딪혔어요. 가족관계증명서에서도 상간녀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정말 찾을 수 없는 걸까요? 포기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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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 찾기 - 명의자를 통한 접근

여기서 우리는 다른 전략을 세웠습니다. 휴대폰 명의자에게 직접 사실조회를 신청한 거예요. "당신의 휴대폰을 누가 사용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본 셈이죠.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휴대폰 명의자가 법원으로부터 사실조회를 받은 사실을 상간녀에게 전달했고, 그 결과 상간녀가 직접 우리 사무실로 연락을 해온 거예요.

"소송을 취하해 준다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사건의 해결

이렇게 해서 A씨는 상간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고 소를 취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소도 모르는 상대방을 어떻게 소송할 수 있을지 막막했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이 사례가 주는 교훈

여러분,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요?

 

A씨 사례의 소송 진행 과정을 타임라인으로 표시한 도표. 소장 제출, 사실조회 신청, SK텔레콤 회신(정보 불일치), 문서제출명령, 명의자 조회, 상대방 연락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손해배상금 지급 및 소 취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줌

1. 정보가 부족해도 법적 대응은 가능합니다. 상대방의 정확한 주소를 모른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2. 법원의 절차를 활용하세요.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 등 법원의 권위를 빌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지 마세요. A씨 사건처럼 첫 번째, 두 번째 시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4.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복잡한 법적 절차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얼마나 걸리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각 단계마다 법원의 처리 시간, 상대방의 회신 시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상대방 정보가 불확실할 때 어떻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법적 분쟁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줄어들기 마련이에요.

여러분도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오늘 소개해 드린 절차들을 참고해보세요. 물론 모든 사례가 A씨처럼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여러분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에 또 유익한 법률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사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세부 내용은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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